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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전화자동응답장치, 즉 ARS와 자주 만나기 시작했다. 관공서나 은행, 업체 등에 알아 볼 일이 있어서 전화를 걸면 아름다우면서도 상냥한 여자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이 목소리는 여자가 직접 받아서 응답을 하는 게 아니라 이미 녹음돼있는 것으로, 처음에는 신기한 생각까지 들게 했다. 비록 녹음된 소리지만 기분좋게 지시(?)대로 버튼을 누르면 이쪽에서 요구하는 부서가 차례로 소개된다. 교환원이 필요없는 이런 시스템은 해당 기관이나 업체의 경비절감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민원인이 꼭 통화를 요구하는 담당부서의 직원과 연결되기가 쉽지 않은데 있다. 십중팔구는 "다른 민원인과 통화중이니 기다려라"거나, "전화가 폭주하고 있으니 다시 걸어라"는 안내멘트가 나온다. 그럴 때면 전화 속에서 울려나오는 여자의 목소리가 아무리 고와도 짜증이 난다.

은근히 치미는 화를 억누르고 몇 차례 시도한 끝에 겨우 해당부서와 연결돼도 담당직원이 없어서 일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민원인은 기분이 언짢지 않지만 그래도 마지막 단계까지 전화가 연결됐다는 것만으로도 한결 기분이 나아진다.

옛날(?) 같으면 다른 직원에게 "근무시간에 어디 갔느냐"며 화도 낼만한 일이지만, 요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알았다"며 전화를 끊는다. 이런 현상은 최근에 바뀐 풍속도 중의 하나라고 하겠다. 다시 말해 ARS전화가 얼마나 통화하기 어려운지를 잘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교환원은 대부분 여성이다. 어쩌다 남성의 목소리를 들을 때가 있는데, 그것은 공휴일이거나 일과시간 외의 경우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전화를 받는 사람이 여성이고, 녹음된 목소리도 여성의 것이다. 물론 친절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전화 받는 사람이 왜 여성이고, 남자들은 거의 없는지 궁금해진다. 남자목소리는 상냥하지도, 아름답지도 않기 때문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남자들 중의 매력있는 목소리를 가진 사람도 많다. 요즘 같이 직업에 있어서 남녀의 구별이 없는 시대에 오래 전부터 있어온 현상이 아직도 이어진다는 것은 좀 생각해볼 문제이다.

아마도 전화교환원이 되고자 하는 남자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목소리가 여자보다는 덜 상냥하다는 것이 두번째 이유가 아닌가 싶다. 지나친 비약인지 모르지만, 관공서 등에서 여자교환원을 두는 것은 통화를 하지 못해 생기는 민원인의 짜증을 완화시키려는데 목적이 있지 않나 싶다.

ARS전화는 잘만 활용하면 편리한 시스템인 것은 분명하다. 수신하는 측이 사람이 아니라 녹음상태이니 과거처럼 송화자(민원인)와 수신자(교환원) 사이에 옥신각신하는 일도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이 같은 시스템을 잘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젊은이들이야 그렇지 않겠지만 나이 많은 사람들은 많은 불편을 느낀다. 버튼 누르는 것조차 익숙하지 않은 터에 계속해서 안내멘트를 따라야 하니 숨이 찰 지경이다. 실수연발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되면 결국 포기해버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 ARS전화가 도입된 것은 1996년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관공서부터 먼저 시작했고 다음으로는 대기업이나 금융기관 등에서 채택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처음 ARS전화를 대했을 때는 분명히 긍정적이었다.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은 신기함도 작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ARS전화가 너무 불편하다고 불평한다. 심지어 "민원인들의 목소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고 설치한 게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전화를 통해 울려나오는 목소리가 아무리 감미롭더라도 그것은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라 기계음이어서 따뜻함을 느낄 수가 없다. 아니 차가움을 느낀다고 해야 더 옳을 것이다.

ARS전화에 대해 유명한 일화가 있다. 어쩌면 전설적이라고 해야 옳을 듯싶다. 1995년 미국 보스턴시청에서의 일이다. 당시 대부분의 미국 관공서는 자동응답을 해주는 ARS시스템을 도입했는데 당연히 시민들로부터 많은 불평을 샀다.

시민들은 "기계에 녹음된 소리가 아닌 인간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며 보스턴시장에게 항의성 건의를 했다. 이때 보스턴시청이 취한 조치는 시청 안에 설치한 모든 ARS를 제거시기는 일이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인가. 보스턴시의 경우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생각케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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