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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7 16:28

노인들이여!

조회 수 2802 추천 수 8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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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는 2∼30대 무대이니 6∼70대 노인들은 이제 무대에서 퇴장할 분들로서 투표하지 않아도 되고 집에서 쉬셔도 된다 』라는 취지의 열린당 정동영 의장의 발언을 티비에서 듣는 순간, 노령불안증후군 중증에 걸려있던 나는 손마디의 힘이 빠져 입으로 가져가든 찻잔을 놓쳤고, 국그릇에 맞아 깨진 컵 파편이 손등을 스치면서 피 방울이 맺혔다.
이 피를 보자 문듯 까마득한 옛 기억이 떠올랐다.
  
반세기 전이다.
1952년 아니면 53년인가 고등학교 다닐 때이다. 어느 여름, 부산 보수동 세무서 뒤편에 있는 우리 집에 동리 반장(지금은 통장쯤 되는)이 낯선 청년 두 사람을 대동하고 방으로 들어섰다.
반장은 이분들은 반공포로로 이승만 대통령이 유엔군 모르게 거제에 있는 포로수용소의 철조망을 끊어 석방한 사람들로 성가시지만 며칠 간 식객으로 받아달라는 요청이 있어 이를 허락한 사실이 있었다.

전쟁당사자(북한. 중공 대 유엔군)가 아닌 우리 대통령이 국제법 관례 상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남들이 잡아 놓은 적군 포로를 독단으로 한 밤중에 철조망을 뚫어 탈출시켰으니 전 세계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때 영국의 수상인 처칠은 아침에 일어나 면도기로 턱수염을 밀던 중에 비서로부터 이 소식을 듣고, 너무나 놀란 나머지 얼굴에 상처를 내고 피를 흘렸다는 소식을 그 즈음 들었다.
나는 이 땅의 지도자인 정 의장이 위 이승만 대통령의 반공포로 석방과 버금가는  오백만 명의 '늙은이를 정치무대에서 끌어내려 불가양 불가침의 참정권을 박탈해도 된다고 한 취지표명'은 헌법에 반하고, 경로효친(敬老孝親)의 도덕률에 위배되며, 생명근원과 우주섭리를 부정하는 경천동지 할 박로천시(노인을 박해하고 천시함)의 망언으로 용납키 어려웠다. 그래서 컵을 놓쳤고, 손등의 피를 보는 순간, 위 반공포로 사건의 잔상들이 뇌리에 피어올랐는지 모르겠다.

한편 물리적인 나이의 가치보다 정신적인 건강가치를 만사의 상위 개념으로 확신하며, 정치입문의 기회를 모색해오던 내 또래의 늙은이들은 마치 헌법재판소로부터 "노인들은 인간폐인이 옳다"라는 합헌 선고를 내린 듯 한  큰 충격을 입었다. 뿐만 아니라 생의 망(亡)까지 예원(豫願, 미리 원함)하는 발언이라 유추하니 치미는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다.

논어의 위정 편에 보면,
어떤 사람이 공자에게 묻는다.
"선생께서는 어찌하여 정사(=정치)에 참여하지 아니하나이까" 하자, 공자께서는 "경서에 이르기를 오직 효도하며, 형제와 우애함이 즉 정치와 같다고 하였으니, 효도함과 우애함이  바로 위정(=정치)이 아니고 무었인가" 하고 답하며, 곧 노인을 공경하는 효는 그것이 바로 정치라 했거늘---,
  

사실 우리네 늙은이들은 서산에 지는 해를 보고도 내 삶이 아쉬워 한숨짓고, 청소년들이 운동장을 누비며 몸체를 부딛히는 힘의 충돌을 보고, 나도 한때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전철의 무료권을 받으면서 벌써 사회의 짐이 되는 인간 퇴물이 되었구나 하는 자괴감에 빠지고, 이웃 또래들이 앞 다투어 저 세상으로 가는 생의 마감을 보면서 죽음의 공포를 이부자리처럼 덮고 사는 기죽은 노인들이 아닌가.

힘이 없다고 공사판에서 쫓겨나고, 구조조정이라 자리 없어 퇴출되고, 정년이라 직장에서 밀려나고, 핵가족 풍조로 자식으로부터 왕따 당하고, 의약분업정책으로 병원과 약국으로 오락가락 헤매는 버림받은 존재이지---.
이런 우리들에게 겨우 사람 대우를 받고, 삶을 확인해주는 삶의 징표인 투표권을 박탈해도 된다 발상이 웬 말인가.

5백만 노인들이여!
비록 피골이 상접하고, 근력이 부치지만, 우리에겐 춘궁을 물리친 업적이 있고, 4.19로 독재를 물리친 경험이 있으며, 6.25로 폐허가 된 강토를 재건한 위업이 있었다.


우리는 젊다고 뽐내는 젊은 지도자가 내뱉은 노인폄하의 발언을 식물인간이 된 우리늙은이들을 병상에서 일깨우는 미국 신경학회 회장 캐릭박사가 개발한 카이로 프랙틱 요법임 확신하고 오늘의 분노를 접어두고 새 삶을 되찾는 명약으로 삼자.

이제 철없는 젊은이들에게 여의도에 맡겨두었던 정치란 무대에서 우리의 좌석도 몇 석 되찾자.
분노는 더욱 삶을 단축시킨다. 가슴을 펴고 젊은 것들을 눈 아래로 째려보며, 우리도 『푸른노인당』을 만들자.   한번 더, 귀담아 듣자!  
「내일 세계의 종말이 오더러도, 나는 오늘 능금나무를 심는다」는 스피노자의 외침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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