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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동원 동문의 경남고 31회 동기이자 울산에서 활동중인 이기철(시인) 동문이 9월14일 별세한 친구 최동원을 애도하며 쓴 글이 경상일보 9월15일자 2면에 소개됐다.
http://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4511

‘별은 지는 것이 아니라 빛나는 것이다’
나의 친구, 최동원을 애도하며
  -written by 이기철 시인 故 최동원의 경남고 31회 동기

  이른 아침, 뉴스를 통해 마음이 무너지는 소식을 들었다. 그의 부음 앞에 망연자실, 그 자체였다. 고교 동창이자 1학년 때 급우였던 무쇠팔 친구 ‘최동원’, 그의 부재. 그간 지병인 대장암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소식은 친구로부터 그리고 보도를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잘 버텨주겠지’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젠 더 이상 안부를 물을 수 없는 저 편으로 먼저 자리를 옮기고 말았다.

  금테안경 너머의 눈길은 어떤 땐 꽤나 매서웠고 때론 한정 없이 부드러웠다. 그는 우리들의 학창시절을 더욱 찬란하게 했던 ‘전설’이었다. 뉴스에서는 그의 업적에 대한 뒷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 행간들에서 아름다웠던 고교 시절, 그와 나눴던 추억들이 되살아났다.


  대학입학 시험에 체력장이 있었던 때다. 달리기도 하고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등의 종목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 모의 수류탄 던지기라는 종목도 있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그랬던 모양이었다. 고무 외피에 속은 철심을 박아넣은 것이었는데 무거워서 멀리 던지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야, 비키래이. 내 수류탄 던질 차례대이”라고 고함을 지르고 수류탄을 던졌다. 친구들이 비켜난 식수대를 정확히 맞추었다. 어마어마하게 먼 거리였다. 운동장 끝에서 끝이었으니까.


  그의 오른팔은 보험에 들어있었다 했다. 그는 이미 우리들에겐 ‘영웅’ 이상이었다. 화랑대기며 봉황대기, 청룡기 등 각종 야구대회가 열릴 때면 구덕운동장에서 우리들은 ‘후라 경고’를 목이 쉬도록 불렀다. 그는 잘 던졌고 덕분에 우리들은 그의 ‘아바타’가 되어 덩달아 신이 났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너무 일찍 불펜으로 다시 들어가 버렸다. 내가 슬픈 것은 야구장에서 그의 모습을 더이상 찾을 수 없어서가 아니라 이미 각인이 되어버린 그의 잔영으로 인해 내가 오랫동안 슬퍼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래전 나는 그가 시의원 출마를 한다고 했을 때 말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그 길을 향해 나아갔고, 결국은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난 그때 생각했다. ‘네 인생의 첫 번째 실수다. 너의 자리가 아니었으므로 아파할 이유는 없지만 반성은 해야 할 거라고….’ 그는 다시 지도자로 돌아와 야구판을 지켰다. 하지만 결국 자신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오늘 아침 동기회에서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최동원 동기 본인 상. 서울 신촌 세브란스 장례식장 17호. 발인 16일’. 뉴스에서 접한 그의 소식보다 더 진하게 그의 부재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가 살아 세운 모든 기록은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됐다.


   그는 스타(star)였다. 하지만 현실에선 마음의 상처(scar)도 많았다. 하지만 상처가 빛나는 별을 만드는 법. 별은 제 빛을 잃고 지는 게 아니라 항상 빛나는 것이다. 그는 이제 가고 없지만 그를 닮으려는 수많은 이들이 줄지어 나아갈 것이다. 항상 빛이 되어주기 바란다. 오늘 밤, 나도 별빛이 된 너를 좇아 밤하늘을 바라볼 것이다.

  굿바이 미스터 무쇠팔 동·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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